건강하게 잘 걷던 분이 집 안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대퇴부 골절로 입원했다면 믿어지십니까? 제가 직접 목격한 일입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뼈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골밀도는 왜 '조용히' 무너지는가
골다공증을 '침묵의 질환'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골밀도(Bone Mineral Density, BMD)란 뼈 안에 칼슘과 같은 무기질이 얼마나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부피의 뼈라도 밀도가 높으면 단단하고, 낮으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수치가 낮아지는 과정에서는 통증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가벼운 충격에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병원 검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알던 분이 딱 그랬습니다. 평소 동네 산책도 빠지지 않고, 식사도 골고루 드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받은 DEXA 검사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DEXA(이중에너지 방사선 흡수법)란 미량의 X선을 두 가지 에너지로 쏘아 뼈와 지방, 근육을 구별해내는 골밀도 측정 방식입니다. 현재 전 세계 표준 검사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검사 자체는 10~15분이면 끝납니다. 그 결과 나온 T-점수(T-score)가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합니다. 그분의 수치는 이미 그 아래였습니다.
대한골대사학회 기준으로 국내 50세 이상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약 37.3%에 달합니다(출처: 대한골대사학회). 셋 중 하나 이상이 이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기 검진을 받는 비율은 여전히 낮습니다. 증상이 없으니 검사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지요.
칼슘 흡수를 결정하는 것은 칼슘이 아니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칼슘은 장에서 흡수될 때 비타민 D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비타민 D는 소장 점막 세포에서 칼슘 수송 단백질의 합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비타민 D가 없으면 칼슘은 흡수되지 못하고 그냥 배출됩니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칼슘 섭취량은 800~1,000mg이며, 이를 자연 식품으로 채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뼈 건강을 위한 식품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칼슘 급원 식품: 저지방 우유, 멸치, 두부, 케일, 브로콜리
- 비타민 D 합성: 하루 20분~30분 집접 일광욕(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
-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것: 나트륨 과잉 섭취, 과도한 카페인, 알코올, 흡연
여기서 나트륨 과잉 섭취가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신장이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할 때 칼슘도 함께 끌고 나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2,300mg을 초과하면 칼슘 손실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정보포털).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시중의 칼슘 보충제 광고를 보면 "고함량"을 내세우는 제품들이 많은데, 저는 이 부분을 꽤 비판적으로 봅니다. 칼슘은 한 번에 500mg 이상 섭취하면 흡수율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오히려 혈관 석회화나 요로결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알약 하나로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보다, 식사에서 골고루 나눠 섭취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낙상 예방이 골다공증 관리의 마지막 퍼즐이다
골다공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골절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골절은 대부분 '낙상'이라는 사건을 통해 발생합니다. 따라서 뼈를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넘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의외로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그분이 퇴원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집 안 환경 바꾸기였습니다. 욕실과 거실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깔고, 문턱을 없애고, 조명을 밝게 교체했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롭다고 하셨는데, 막상 해놓고 나니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된다고 하셨습니다. 무서워서 못 움직이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체중 부하 운동(Weight-bearing exercise)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체중 부하 운동이란 중력에 저항하여 체중이 뼈에 실리는 형태의 운동을 의미합니다. 걷기, 계단 오르기, 줄넘기 같은 동작이 이에 해당하며, 이런 자극이 반복될 때 골세포(Osteoblast, 조골세포)가 활성화되어 새로운 뼈 조직이 합성됩니다. 반면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는 심폐 기능에는 좋지만, 물 또는 안장이 체중을 지지하기 때문에 뼈 자극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분은 이후 1년간 매일 오후 30분씩 야외 산책과 계단 이용을 병행했습니다. 1년 뒤 재측정한 골밀도 수치가 극적으로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감소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하체 근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걸음걸이가 안정됐다는 것, 그 자체가 낙상 위험을 줄이는 가장 실질적인 성과였습니다.
젊을 때 형성한 최대 골량(Peak Bone Mass)이 이후 평생의 골다공증 위험도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2030 세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식사로 칼슘 섭취가 부족한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뼈는 30대 중반 이후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당장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 뼈가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뼈 건강은 결국 적금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 조금씩 꾸준히 쌓아두지 않으면, 나이가 들었을 때 되돌릴 여지가 줄어듭니다. 식사에서 칼슘을 챙기고, 햇볕을 쬐어 비타민 D를 합성하고, 중력에 저항하는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특별하지 않은 이 루틴이 수십 년 뒤 걷는 능력을 결정짓습니다. 50세 이상 여성이나 70세 이상 남성, 혹은 골절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DEXA 검사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수치를 아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관리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골밀도 이상이 의심되거나 골다공증 치료가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대한골대사학회 (KSBMR) www.ksbm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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