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물을 유난히 자주 마시는 분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한동안 그냥 넘겼습니다. 지인 한 분이 자꾸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물을 벌컥벌컥 마셔도, 더운 날씨 탓이겠거니 했죠. 그게 제2형 당뇨병의 경고 신호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 경험이 당뇨를 다시 보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삼다증상, 알고 있어도 그냥 지나치는 이유
일반적으로 당뇨는 단것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꽤 다릅니다. 제 지인은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제2형 당뇨병 판정을 받았을 때 "왜 나한테 이런 일이"라며 진심으로 억울해했습니다. 그런데 생활 패턴을 하나씩 짚어보니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쁜 업무 때문에 끼니를 빵이나 떡으로 때우고, 믹스커피를 하루 서너 잔씩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 넘쳐나는 식단을 반복하고 있었던 거죠.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문제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몸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세포가 그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열쇠는 있는데 자물쇠가 잘 안 열리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몸은 과잉 포도당을 소변으로 내보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소변량이 늘어나는 다뇨(多尿)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자연히 수분이 빠져나가 심한 갈증이 생기는 다음(多飮)으로 이어지고, 포도당이 에너지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니 허기가 가시지 않는 다식(多食)까지 이어집니다. 이 세 가지를 묶어 삼다(三多) 증상이라고 부릅니다. 제 지인에게서도 이 세 가지가 모두 나타나고 있었는데, 주변 누구도 그걸 당뇨와 연결 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사이에 체중이 5kg이나 빠졌습니다. 살이 빠지면 좋은 신호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 없는 급격한 체중 감소는 오히려 적신호입니다. 결국 병원 검사에서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9%로 나왔습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3개월간 혈중 포도당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얼마나 결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단기 혈당이 아닌 장기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2023 진료지침에 따르면 이 수치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합병증 예방의 기준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9%면 이미 한참 넘어선 수준이었습니다.
혈당스파이크를 막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분이 관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식사 순서였습니다. 채소를 먼저, 그다음 단백질, 마지막에 탄수화물.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가 꽤 뚜렷했습니다. 저 역시 곁에서 같이 먹어보면서 느꼈는데, 식후 졸음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게 바로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를 억제하는 효과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 급등락이 반복될수록 인슐린 저항성은 더 악화되고 췌장도 지쳐갑니다. 저도 그전까지는 그냥 밥이 밥이지 순서가 무슨 상관이냐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또 하나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식후 30분 뒤에 15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안정됐습니다. 근육은 포도당을 소모하는 가장 큰 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혈당 조절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은 힘들고 거창한 것이어야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지켜보니 동네 한 바퀴 정도의 산책이 헬스장 등록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컸습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당뇨 합병증을 이야기할 때는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나눠서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미세혈관 합병증은 눈의 혈관을 손상시키는 당뇨망막병증,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당뇨병성 신증, 발 신경을 손상시키는 당뇨신경병증 등이 있습니다. 대혈관 합병증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처럼 굵은 혈관에 생기는 문제로, 일반인보다 발생 위험이 수배 높아집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관련 진료비가 전체 당뇨 진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이 사실 하나만 봐도 초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제2형 당뇨병 관리에서 핵심적으로 체크해야 할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당화혈색소(HbA1c): 3개월 평균 혈당 지표, 목표 6.5% 미만
- 식사 순서: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혈당 스파이크 억제
- 식후 걷기: 30분 이내, 15분 이상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
- 정제 탄수화물 제한: 빵, 떡, 믹스커피 등 단순당 섭취 최소화
- 근력 운동 병행: 주 3회 이상, 인슐린 민감도(Insulin Sensitivity) 향상
여기서 인슐린 민감도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인슐린 양으로도 혈당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인슐린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건, 건강기능식품 과장 광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만 먹으면 혈당이 잡힌다"는 식의 제품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제 지인이 회복될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식품이 아니라 식사 순서와 식후 걷기, 그리고 가공식품 줄이기라는 아주 기본적인 변화 덕분이었습니다. 민간요법에 기대다 합병증이 진행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그 지인은 정상 혈당을 되찾았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활력 있는 모습으로요. 이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당뇨는 불운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당뇨는 '완치가 없는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 방식을 바꾸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입니다. 혈당 수치 하나에 흔들리기보다, 오늘 식사 순서를 한 번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흘려듣지 않는 것, 그게 진짜 예방의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대한당뇨병학회(KDA): 2023 당뇨병 진료지침 (제2형 당뇨병의 진단 및 관리 수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