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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질환 (잇몸 출혈, 치조골, 치근활택술)

by ks.park 2026. 5. 3.

칫솔질할 때 피가 나도 그냥 넘긴 적 있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원래 잇몸이 약한 편이라서"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몇 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잇몸에서 고름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그제야 치과 의자에 앉았습니다. 건강한 잇몸은 아무리 세게 닦아도 쉽게 피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치주질환

잇몸 출혈이 신호인 이유 — 치은염과 치주염의 차이

잇몸 출혈을 두고 "칫솔이 세게 닿아서 그렇다"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치과에서 들은 설명은 달랐습니다. 출혈 자체가 이미 염증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치주질환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치은염(gingivitis)은 잇몸에만 국한된 초기 염증입니다. 쉽게 말해, 아직 뼈까지는 손상이 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스케일링과 올바른 칫솔질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방치했을 때입니다.

치은염이 진행되면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넘어갑니다. 치주염이란 염증이 잇몸을 넘어 치조골(alveolar bone), 즉 치아를 감싸고 있는 턱뼈까지 파고든 상태를 말합니다. 이 단계부터는 뼈가 실제로 녹아 없어지기 시작하고, 한번 파괴된 치조골은 원래대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치과에서 "치조골 일부에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피가 나기 시작한 단계에서 왔어야 했다는 말이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치주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치태(dental plaque)와 치석입니다. 치태란 치아 표면에 달라붙은 세균 덩어리로,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 치석이 됩니다. 치석은 칫솔질만으로는 절대 제거되지 않습니다. 치석이 잇몸 경계 아래로 침착될수록 염증이 깊어지고 치조골 파괴가 진행됩니다. 당뇨, 흡연, 임신 같은 전신 건강 상태도 염증 반응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주질환 진행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치은염: 잇몸에만 염증, 출혈·부기 동반. 스케일링으로 회복 가능
  • 2단계 초기~중기 치주염: 치조골 파괴 시작,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주낭 형성. 치근활택술 필요
  • 3단계 말기 치주염: 치아 동요(흔들림), 자발통 발생, 발치로 이어질 수 있음

여기서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이란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져 생긴 주머니 모양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 안에 세균이 쌓이면 치조골 파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제가 치료받던 당시 이 치주낭 깊이를 재는 검사를 받았는데, 그 수치가 꽤 깊게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숫자 하나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

치근활택술과 생활 관리 — 치료 후가 더 중요하다

저는 초기 치주염 진단 이후 치석 제거에 이어 치근활택술(root planing)을 수개월에 걸쳐 받았습니다. 치근활택술이란 치아 뿌리 표면에 달라붙은 치석과 세균성 물질을 긁어내고 뿌리 표면을 매끄럽게 정리하는 치료입니다. 쉽게 말해, 스케일링이 잇몸 위 치석을 제거한다면 치근활택술은 잇몸 아래 깊은 곳까지 청소하는 과정입니다. 치료 직후 며칠간 이가 시리고 잇몸이 뻐근했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내가 얼마나 방치했는가"를 몸으로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치근활택술 이후 의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생활 관리였습니다. 치료로 염증을 잡았더라도, 이후 관리가 따라주지 않으면 재발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치실을 꾸준히 쓰기 시작한 뒤 출혈이 2주 안에 눈에 띄게 줄었고, 지금은 스케일링 직후가 아니면 거의 피가 나지 않습니다.

잇몸 출혈이 있을 때 오히려 치실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러면 더 피가 나지 않냐"는 반응이 돌아오곤 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달랐습니다. 치실로 치태를 제거하지 않으면 염증이 해소되지 않아 출혈이 계속됩니다. 피가 난다고 피하면 상황이 악화되는 구조입니다.

치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천 항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자기 전 칫솔질이 가장 중요. 수면 중 타액 분비가 줄어 세균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 칫솔은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고, 치아와 잇몸 경계부를 중심으로 닦습니다
  • 치실 또는 치간칫솔을 매일 사용합니다. 칫솔이 닿지 않는 치아 사이 치태 제거가 핵심입니다
  • 연 1회 스케일링을 받습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연 1회 지원됩니다

스케일링 직후 이가 시린 느낌에 대해 겁을 먹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치석이 제거되면서 치아 뿌리 표면이 일시적으로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보통 며칠 안에 사라지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치주질환은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치주질환은 매년 가장 많이 진료받는 질환 중 하나로 꼽힙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럼에도 질병관리청은 치주질환의 특성상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되어 자각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경고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주질환이 예방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치과를 "아플 때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잇몸을 잃은 뒤에는 회복이 어렵고 치료 비용도 크게 올라갑니다. 치과는 치료보다 예방을 위해 가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면 그냥 넘기지 마십시오. 저처럼 고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출혈이 있다면 이미 신호는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 당장 치실을 챙기고, 가까운 치과에서 잇몸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치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잇몸병(치주질환): health.kdca.go.kr
명지병원 장애인구강진료센터 — 치주질환: mjh.or.kr
경향신문 — 붓고 피나는 잇몸 치료: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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